슬픔은 생각보다 예상할 수 없이, 조용히 찾아옵니다.

눈물이 나거나, 큰 한숨이 터지는 것이 아닌

무언가 하나가 빠져버린 듯한 느낌으로 시작되곤 하죠.

소리를 내지 않고 다가와

익숙했던 일상을 천천히 흔들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뭅니다.

이별을 겪은 보호자님들로부터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심스레 하나씩 꺼내 보이는 추억들.

"산책하던 길이 아직도 어려워요.
괜히 돌아서 가게 돼요."

"그릇은 치우지 못했어요.
아무도 쓰지 않지만, 그냥 그대로 있어요."

"사진을 정리하다가 멈췄어요. 한 칸을 비워두고 싶었거든요.
어떻게든 같이 찍고 싶었나 봐요."

상실감은 많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죠.

보호자님들의 짧은 문장 속에 감정이 고여 있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여전히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 아이가 남긴 온기,

그 공간에 남은 기척은

결국 우리의 추억 속에서 계속 살아갈 거예요.

누군가 묻습니다.

"이젠 좀 괜찮아졌어?"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졌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은 그냥 참는 법을 배운 것 같기도 하고요.

이별을 겪고 난 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말은

어떤 위로보다 멀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럴 땐, ‘추억하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보내지 않아도 괜찮고,

가끔은 슬퍼해도 괜찮고,

아직도 무의식중에 이름을 부르거나

사진을 보며 혼잣말을 해도 괜찮아요.

그건 그만큼 많이 사랑했고,

함께했던 시간이 깊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추억하는 방식을 함께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이의 이름을 넣은 작은 이름표를 만들기도 해요.

평소처럼 목줄을 거는 자리에,

사진 한 장과 함께 손 편지를 걸어두는 거죠.

누군가는 추모 보석에 아이를 담아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나 아이가 좋아했던 공간에 올려두기도 하고요.

이런 방식들은 이별을 겪은 보호자님에겐 늘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의미가 되어줍니다.

아이를 추억하는 방식이 꼭 거창할 필요도, 정해진 모양도 없어요.

단지 그 아이가 사랑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걸

보호자님 스스로가 확인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오늘 뉴스레터의 시작은 한 보호자님의 이야기로 열렸습니다.

이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마음속 시간은 아직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고백이었죠.

저는 별이 보호자님의 편지를 읽으며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별을 겪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추억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식탁 아래 발끝으로 전해졌던 체온,

그 자리에서만 유난히 느껴졌던 기척,

말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이 참 오래도록 남는다는 것도요.

때로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조용히 빈자리를 바라보는 시간이

가장 깊은 사랑을 담는 행위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보호자님의 마음속에도 오래 남아 있는 그 자리를

조금 덜 쓸쓸하게 달래주었길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식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간 21그램은 다음 21일에 다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