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준비'

참 조심스러운 말입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먼저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어딘가 죄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는

먼 훗날 있을 그 시간을 미리 떠올려보고,

어떻게 잘 인사할 수 있을지

우리의 여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21그램은

이별이라는 단어에 담긴 무게를 조금 덜어내고,

조금이라도 더 가볍고, 덜 아프게

이별 준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 백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별 준비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 완벽한 인생이란 없듯이,

완벽한 인사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인사는 얼마나 준비하였든

미련과 후회가 남기 마련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미련과 후회를 조금은 덜어내기 위해,

막연한 두려움을 마주하고 차분히 그려볼 수 있도록

우리와 같은 보호자를 위한 안내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만들기 시작한 백서,

저희는 이 백서를 준비할 때,

'톤'을 정하는 데 오랜 시간 머물렀습니다.

"이걸 너무 무겁게 만들면 펼쳐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그렇지만, 너무 가볍게 말하면, 진심이 닿지 않겠지."

그 사이에서 21그램은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문장들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책을 내본 적 없는 팀원들끼리 똘똘 뭉쳐

구성과 문장을 만들기까지

수없이 고쳐 쓰고, 지우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이 백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별을 준비한다는 일이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되기를 바라며

완벽한 이별을 만들기보단,

조금 덜 아프고, 덜 미안한 이별을

우리 모두가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죠.

이별을 생각한다는 건,

누군가를 잃는 상상을 한다는 일이죠.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시간을 미룹니다.

그냥 '그날이 오면 알아서 잘하겠지.'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백서를 만들며 알게 된 건,

많은 후회는 '그날'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쌓여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별을 미리 준비한 보호자들은

무언가를 급하게 고르지 않아도 되었고,

마음을 추스르며 그 순간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날의 선택에 여유를 더해주었고,

그 여유는 후회를 조금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죠.

모두가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같기에,

조금 일찍 마음을 다져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덜 아프게 마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별을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지금 함께 있는 이 시간을

훗날 돌아봤을 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으니까요.

이별을 준비한다는 게

꼭 거창하거나 특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지금 곁에 있는 이 순간에 더 충실하자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21그램은

정해진 순서 없이, 마음이 닿는 장부터

가볍게 펼쳐볼 수 있도록 이 백서를 만들었습니다.

부디 이 책이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덜 두려워하게 하고,

지금 함께하는 시간에

조금 더 마음을 담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 21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