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별만 하는 곳은 아니에요.

어쩌면 우리는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 속에 살고 있는 지도 몰라요.

2024. 7. 21.

도로 위의 백색 점선처럼 기억은 단속적이지만 첫 만남만큼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선명하게 기억되곤 하죠. 이 글을 보고 계신 보호자님도 아이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시나요? 아마 가족이 된 첫날부터 완~전 가족 같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이에게도, 보호자님에게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했겠죠.

우연과 필연은 서로 정반대의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이 두 가지가 교묘하게 겹쳐져야 '인연'이 시작된다고 해요. 모든 인연이 특별하지만, 오늘은 예상치도 못한 장소에서 가족이 된 조금 더 특별한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21그램 경기 광주점을 방문해 보신 보호자님이시라면 근처에서 길고양이 아이들을 한 번은 보셨을 거예요. 장례식장과 길고양이, 꽤나 의외의 조합이죠? 경기 광주점의 지도사님들은 장례식장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길냥이들을 돌보고 있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모두 아이들에게 음식과 쉴 곳을 제공하고 추운 겨울에는 부디 이번 겨울도 잘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겨울 집을 만들어주며 케어하고 있어요. 이렇게나 정성스럽게 보살피고 있지만 속상하게도 아이들이 종종 다쳐서 돌아오거나 사고를 당하기도 하기에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아이들이 안전한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장례를 마친 한 보호자님께서 냥이들 중 한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와 너무 닮았다며, 아이가 계속 눈에 밟힌다며 조심스럽게 입양 의사를 전해주셨어요.

빠찌와 세찌 그리고 빠찌의 아가 네찌, 세 아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순간이었어요. 아이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입양을 보내기로 결심했고 21그램에서 준비한 입양 서류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답니다.

"아이가 오랜 길생활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내길 바랍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걸 알기 때문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른 보호자님들께서 후원해 주셨던 물품도 챙겨 빠찌와 세찌, 네찌를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겨드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세 아이의 보호자님으로부터 반가운 연락을 받게 되었어요. 아이들도 적응하며 잘 지내고 있고 보호자님도 펫로스로 힘들었던 마음을 많이 치유받으셨다며, 21그램의 다른 냥이들도 좋은 가족을 만나 여생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따뜻한 말씀을 전해 주셨답니다. 무엇보다 경기 광주점 지도사님들을 미소 짓게 만든 건 바로- 네찌는 '에찌', 세찌는 '꽁찌'라는 새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와 애기냥 시절부터 한 쪽 눈이 아팠던 에찌는 중성화 수술을 하며 눈 수술까지 씩씩하게 해냈다는 소식이었어요. 세 생명의 다정하고 든든한 가족이 되어 주신 보호자님께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 다른 냥이 '용팔이'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튼튼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씩씩하고 강한 이름을 선물했죠. 용팔이는 구내염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계속 침을 흘리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어요. 중성화와 함께 스케일링을 진행하고 몇 번의 치료를 통해 조금은 나아졌지만, 워낙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1그램은 길냥이 아이들을 위해 중성화비와 치료비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지만 용팔이의 전체 발치 수술을 위해서는 더 큰 비용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21그램 구성원들이 마음을 한곳에 모아 사내 모금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 결과,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목표 후원금을 달성했답니다!

수술을 이미 눈치챈 건지 용팔이는 요리조리 피해 다니곤 했어요. 하지만 지도사님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준 것 마냥 스스로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준 덕에 안전하게 포획하여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치료 및 회복 기간을 가졌답니다. 퇴원 후 경기 광주점으로 돌아온 용팔이는 고마움을 표하는 건지 처음보다 곁을 더 많이 내준다고 해요.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할 순 없어도 이러한 마음들을 용팔이가 모두 알아준 것이겠죠?

올 여름은 유독 많은 비가 내리네요. 추운 겨울이든, 더운 여름이든 집 밖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부디 21그램의 길냥이들이 21그램을 떠나는 이유가 아픈 이별이 아니기를, 가족을 찾아 여생을 함께 하기 위한 기쁜 이별이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용팔이와 21그램 길냥이들의 행복한 삶을 응원해 주세요! ☘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그립고 그리운 마음들이 모여 갑자기 '쿵'하고 무너지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애써 마음에 담아두기보다는 마음껏 슬퍼하고, 그리워해보세요.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내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 월간21그램은 그런 쉽지만 어려운 일을 함께 하고 싶어요.

함께 만드는 다음 이야기는 ''21그램의 장례지도사"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어떤 분들이 소개될지 궁금하지 않나요? 혹시 장례지도사님께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에피소드 작성하기'를 눌러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어떻게 되나요? 자격증이 꼭 필요한가요? 어떠한 계기가 있었나요?
보호자님이 기억하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가요? 아이의 장례를 진행했던 지도사는 어떤 분이셨나요? 좋은 점,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어떤 일들을 하나요? 많이 울진 않나요? 장례지도사로 근무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례는? 장례지도사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을 남겨 주세요.
(에피소드를 적어주시면 다음 편에 그림과 함께 소개될지도 몰라요!😊)

그럼, 우리는 8월 21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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