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장례 지도사가 된 이유는

겪어 보지 않고선 그 슬픔을 안다고 할 순 없지만

2024. 8. 21.

🌈#3. 장례 지도사가 된 이유는

사실 '반려동물 장례'는 반려인들에게도 여전히 어렵고 낯선 개념이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죠. 그렇기에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는 덜컥 겁이 났다거나, 우리 아이에게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쩌나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을 거예요.

그런 불안한 마음들을 해소해 드리고 아이의 마지막 소풍길을 무사히 배웅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장례지도사의 역할인데요, 장례지도사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임하기에 보호자님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전할 수 있는지 궁금하진 않으셨나요? 후회 없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애써주시는 21그램의 유승희 지도사님을 소개합니다.

Q. 지도사님을 소개해 주세요. 😊

A. 집에선 콩순이들의 언니, 21그램에서는 보호자님과 아이 모두 이 생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잘 나누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답니다.

Q. 어떤 계기로 장례지도사가 되셨나요?

A. 2021년 여름, 반려견 땅콩이가 며칠째 혈변을 봐서 얼른 병원으로 향했어요. 잔병치레가 있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낫던 땅콩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웬걸, 염증수치가 정상보다 9배가 넘는다는 말을 시작으로 입원해서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병원을 너무 무서워하던 땅콩이는 입원실의 투명한 케이지에서 눈물자국이 가득한 상태로 평소보다 더 서럽게 낑낑대며 울고 있었어요. 그때가 처음으로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 문득 땅콩이 갑자기 아파서 입원한 걸로도 이렇게 슬픈데 나중에 완전히 떠나게 되면 얼마나 더 슬플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슬픔을 견디고 있을 보호자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 강아지가 아픈 것에 대해 누군가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떠나보낸 분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지, 그걸 내가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당시엔 제 강아지를 제 손으로 직접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게 당연히 예정된 일이 되었지만요. 땅콩이 테크니션 선생님들에게 귀여운 머리띠를 선물받으며 퇴원한 날, 저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Q. 콩순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아이들을 소개해 주세요!

A. 오늘은 또 다른 가족 '채또순'을 소개 드립니다. 작년부터 결혼 준비를 하며 저와 땅콩, 남자친구와 순이 이렇게 저희는 넷이 되었어요. 순한 성격으로 자라란 의미로 '또순'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전혀 순하지 않다는 게 이 강아지의 매력입니다. '겁쟁이 치와와' 땅콩과 달리, 순이는 '참지 않는 치와와'거든요. 허리 디스크로 하반신 전체에 마비가 왔지만 수술 없이 오직 약물치료로 지금은 밥 소리에 펄쩍펄쩍 점프하는 강아지, 엉덩이가 다 벗겨질 만큼 심한 곰팡이 피부병을 앓고도 지금은 그 자리에서 빈틈없이 털을 뿜어대는 강아지 등등 다사다난한 견생을 살아온 순이를 표현할 문장은 참 많습니다.

처음 땅콩과 순이를 합사할 때 걱정이 많았어요. 순이는 13살, 땅콩은 12살의 나이로 둘 다 이미 노견인 상태였고, 다른 강아지를 대하는데에 있어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었거든요.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순이가 자리를 옮기면 한 공간에 같이 있기 위해 순이를 쫓아가는 땅콩, 그런 땅콩을 내치지 않는 순이. 가끔씩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살을 맞대고 누워있는 동거견 사이가 되었답니다. 둘도 없는 사이가 되진 못했지만 아쉽지는 않아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회성 없는 두 노견은 앞으로도 서로의 안전거리와 매너를 지켜주는 동거견으로써 남은 견생을 언니 오빠와 함께 보낼 거예요.

Q. 유독 기억에 남는 장례가 있나요?

A. 너무 많아요... 많지만 ! 특히 기억에 남는 장례를 소개해 볼게요.

#야채돌이 강아지🥒🥕

크리스마스부터 겨울 동안 경기광주점에는 편지들이 걸린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어요. 오늘은 어떤 편지가 있나 매일 볼 정도로 저는 이 트리를 참 좋아했답니다. 그 시기에 장례를 한 야채돌이 강아지를 지금부터 '김또또'라고 부를게요!

화장 식순을 앞두고 추모실에 들어가 마지막 인사를 해주시면 진행 도와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때 따님 두 분이 손을 아이 머리에 올려두시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김또또! 꼭 야채별로 가야해! 네가 좋아하는 야채가 가득한 야채별!! 잊어버리면 안돼!!

- 그래! 이 쪼막만한 머리로!! 야채별 그거 하나만 기억해

관 안에 놓인 종이 그릇에는 아이가 좋아했던 오이와 당근이 가득했어요. 보호자인 나를 기다리게 될 무지개다리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한 '야채별'로 소풍을 갔으면 하는 보호자님의 마음이 인상 깊었답니다. 아이가 화장기에 안치되었을 때, 어머님께서 울고 계시니 "엄마, 또또 이제 가는데 그렇게 울기만 할 거야?"라는 따님의 말에 어머님께서 아니라고 대답하시면서도 계속 울고 계셨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우는 얼굴로 배웅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마음도 너무 잘 알 것 같아서요.

보호자님들께서 귀가하신 후에 트리에 걸어주신 편지에는 '야채별에 잘 도착했니?'라는 문구와 함께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도 적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이름

간혹 장례를 마칠 때쯤 보호자님들께서 어떤 의미로 아이의 이름을 지어줬는지 얘기해 주시곤 해요. 보호자님과 아이가 가족이 되고 이름을 지어주는 순간, 그 아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됩니다. 아이는 그 이름을 들으며 평생을 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에는 그 이름으로 기억되죠.

보호자님에게는 너무 슬퍼서 부르기조차 힘든 단어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이름을 가졌든 여전히 그 단어를 가장 좋아할 거예요. 보호자님의 목소리로 아이를 부를 때 쓰였던 잊지 못할 단어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함께 배웅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그 의미를 좋아합니다. 여태 장례를 진행한 아이들의 작은 이름표 약 980개를 한곳에 다 모아둘 정도로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잘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면 이 이름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합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이름들의 마지막을 소중히 대하자는 다짐을 하면서요.

Q. 마지막으로, 장례를 경험하신 보호자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먼저,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 보호자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장례가 처음인 보호자님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 보신 보호자님도 그날은 보호자님 인생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아이의 소풍길을 배웅한 날이셨겠지요. 아직 제 아이와의 이별을 겪어보지 않은 제가 보호자님의 깊은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별이 보호자님께 상처가 되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지도사님들이 같은 마음으로 장례에 임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송구스럽게도 저는 보호자님과 함께 아이를 배웅하며 배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보호자님이 아니었다면 절대 몰랐을 것들이겠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아이를 배웅해 준 그날을 되돌아봤을 때, 21그램에서 보낸 시간이 마냥 아픈 형태로만 남아있진 않길 바랍니다.

"사랑받은 개는 내세에 바람이 되어

당신의 매일을 몇 번이고 쓰다 듬는다."

시의 주어는 강아지이지만, 사랑을 받은 반려동물이라면 그 어떤 아이라도 다르지 않을 거라 굳게 믿습니다. 보호자님, 긴 시간 너무나 고생 많으셨고 그날 아이와 약속하신 것처럼 언젠가 아이와 꼭 다시 만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경기광주점 유승희 지도사 올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그립고 그리운 마음들이 모여 갑자기 '쿵'하고 무너지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애써 마음에 담아두기보다는 마음껏 슬퍼하고, 그리워해보세요.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내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 월간21그램은 그런 쉽지만 어려운 일을 함께 하고 싶어요. 함께 만드는 다음 이야기에는 서로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을 담아 주세요.

이별 후 가장 힘이 됐던 위로의 말은 무엇이었나요? 누가 건넨 말이었나요? 왜 위로가 되었나요?
마음을 울린 글 / 노래 / 영화가 있나요? 어떤 글, 노래, 영화인가요?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하나를 꼽는다면?
(에피소드를 적어주시면 다음 편에 그림과 함께 소개될지도 몰라요!😊)

그럼, 우리는 9월 21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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