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별선배의 펫로스 극복법은

그만 잊으라는 말 대신

2024. 9. 21.

🌈#4. 이별선배의 펫로스 극복법은

오랜 기간 반려동물의 곁에서 함께 하다 보면 같은 시간 속에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시간이 사람보다 빨리 흐른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가족이 전부인 아이가 세상에 혼자 남겨지지 않을 테니까, 마지막까지 함께해 줄 수 있으니까요.

시간은 영원하지 않지만, 함께한 시간들은 영원한 순간들로 기억되죠. 바삐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자칫 흐릿해질 때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아이와의 시간을 선명하게 추억하실 수 있도록 오늘은 이별 선배, 헤이 보호자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헤이와 이별한 지는 이제 곧 3년째예요.

어느덧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헤이의 흔적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네요. 어쩌면 제가 지우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죠. 오늘도 보고 싶은 헤이를 그리며 저희의 이별 스토리를 시작해 볼게요.

시골이라면 시골인 동네의 식당에서 잠시 맡고 있던 헤이는 길냥이와도 잘 지낼 만큼 순한 아이였어요. 하지만 어린 강아지가 마당에 있는 것이 걱정돼서 보고 보고 또 들여다보다가 정신 차려보니 가족이 되어있었죠. 그때부터 제 청춘은 모두 헤이와 함께였답니다.

그런 헤이를 떠나보내던 날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기죽지 말라고 단정히 차려 입고 방문했던 장례식장. 오히려 장례식장에서는 '우리 헤이 잘 보내줘야지'라는 생각이 커서 담담하게 진행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헤이 없는 집에 돌아왔을 때, 그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처음 겪는 아픔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죠.

하지만 헤이가 떠났다고 월요일이 오지 않는 건 아니었어요. 집 밖의 세상은 원래대로 흘러갔고 저도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어야 했어요. 이때 깨달은 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조심스럽지만 소개해 드릴게요.

첫 번째, 충분히 슬퍼하고, 적당히 슬픔과 함께 하세요.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렸는데 문득 나에게 필요한 건 '살면서 슬픔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충분히 슬퍼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도 쉬면서 많이 울고, 슬퍼하고, 힘들어했답니다. 정말 시간이 약인 건지 미안하고 아픈 감정보다는 좋았던 순간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하며 이젠 헤이를 떠올리며 웃는 날들이 훨씬 많아졌답니다.(물론 눈물짓게 하는 순간들도 여태 있지만요.) 슬픔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으시다면, 애써 괜찮은 척 하루를 억지로 보내기보다는 단 하루라도 펑펑 우는 날을 만들어 보세요. 결코 깊은 슬픔 속에 스스로를 내버려 두진 않길 바라요.

두 번째, 본인에게 맞는 위로 방법을 찾아보세요.

주변에서 전하는 위로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나요? 때론 위로의 말이라고 건넨 걸 알지만 저에겐 상처가 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 같더군요. 헤이와의 시간과 그 사랑을 제가 느낀 만큼 다른 사람은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요. 결국 가장 먼저 공감하고 위로해 줘야 할 사람은 바로 본인이라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래서 저는 저와 어울리는 방법을 찾고자 했어요. 그때 가장 큰 위로를 받은 책 한 권을 소개해 드릴게요.

하리 작가님의 '충분히 슬퍼할 것'

죽음은 인생에서 외면할 수 없는 삶의 그림자이죠. 하지만 처음 겪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늘 무방비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이별한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 이별 후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단단해져가는 과정이 만화로 담겨 있어요. 애도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슬픈 이야기로만 가득 차 있는 건 아니에요. 함께 보낸 즐겁고 따뜻한 시간들도 담겨 있답니다.

물론 책 속에 담긴 내용만이 애도의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모양의 삶이 당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에 하나의 역할을 하길 바라며 내 위로를, 우리의 위로를 건넵니다.

- 영원한 헤이 보호자 올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그립고 그리운 마음들이 모여 갑자기 '쿵'하고 무너지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애써 마음에 담아두기보다는 마음껏 슬퍼하고, 그리워해보세요.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내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 월간21그램은 그런 쉽지만 어려운 일을 함께 하고 싶어요. 함께 만드는 다음 이야기는 '루세떼(추모스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궁금했던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남겨주세요!

루세떼를 진행하셨나요? 루세떼로 결정한 이유는요? 후회는 없으신가요?
루세떼 공정을 고민하시나요? 어떤 부분이 걱정되시나요? 타 스톤과의 차이를 아시나요?
(에피소드를 적어주시면 다음 편에 그림과 함께 소개될지도 몰라요!😊)

그럼, 우리는 10월 21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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